이념·정책 갈등 비화 조짐…공화 "단순 정신병자 소행" 확대 해석 경계, 민주 "선동 정치 소산" 비판
애리조나주 총기난사 사건이 이념과 정책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보수·공화당 색채가 짙은 애리조나주는 최근 불체자 단속과 드림법안반대 등 일련의 반이민정책에 노골적으로 앞장서 온 곳이다. 지난 대선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출신지이자 사라 페일린 알래스카 주지사가 이끌었던 ‘티파티 운동’의 핵심지역이기도 하다. 공화당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정신이상자의 소행으로 단정, 정치적인 해석을 경계하고 있고, 민주당 진영은 공화당의 선동정치의 연장선에서 빚어진 결과라고 보고 있다. 월스트릿 저널과 뉴욕타임스는 이 같은 양진영의 입장을 단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다. 보수진영을 대변하는 월스트릿저널은 이번 사건을 재럿 러프너라는 정신이상자의 돌발적 범행으로 규정한다. 조디 포스터라는 여배우 때문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을 저격했던 존 힌클리의 예를 들며 사건의 의미를 축소하려 한다. 이에 반해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뉴욕타임스는 공화당이 그간 독설적 선동 정치를 펴온 결과 반이민, 반정부 무드가 고조되었고, 특히 애리조나에서 그 같은 분위기가 팽배했었다고 비판했다. 말하자면 단순한 정신이상자의 소행이 아니라 민주, 공화 양당간의 정치적 갈등이 낳은 비극이라는 진단이다. 러프너가 친이민정책 지지자였고 오바마 대통령의 건보개혁법의 열렬한 지지자이기도 했던 기퍼즈 의원을 타켓으로 삼은 것은 공화당이 조장해온 갈등과 증오감의 연장선이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사건이 앞으로 어떤 파장을 몰고 올 지 예측하기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공화당 진영은 정치적 역풍을 차단하려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2일로 예정됐던 연방하원의 건강보험개혁법 폐지법안 투표를 즉각 연기하고, 애리조나 출신 정치인 존 매케인 연방 상원의원은 즉각 유감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국면전환의 호기로 삼으려 할 수도 있다.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반정부, 반민주, 반이민정서를 뒤짚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시각차 때문에 양진영간의 이념·정책 갈등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에서는 이와 같은 정치적 불안이 이민자들에게 불리할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차주범 민권센터 교육부장은 “역사적으로 미국에서는 정치 상황이 불안할 때마다 거센 반이민 정서가 발생하곤 했다”면서 이민자들을 공공의 적으로 몰아넣으려는 대중 심리를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안준용·박기수 기자 [email protected]